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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추위·굶주림·전염병…생존자 2차 대재앙 직면

기사입력 2023.02.1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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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거대한 폐허더미로 바꿔놓은 규모 7.8의 대지진으로부터 나흘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생존자들은 여전히 추위와 굶주림, 절망에 시달리고 있다.


    2살 아기가 매몰 79시간 만에 구출되는 등 곳곳에서 기적적 구조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잔해 아래 깔린 사람들의 인기척이 잦아들면서 희망도 꺼져가는 모양새다.


    피해 규모가 광범위해 신속한 구호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 탓에 현지에선 살아남은 이들 중 상당수가 추위와 기아, 질병 등 2차 피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피해지역에는 때아닌 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는 15도 낮은 상황이라면서 이로 인해 이번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WHO의 지진 대응 담당자인 로버트 홀든은 9일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많은 생존자가 끔찍하게 악화하는 상황 속에 야외에 머물고 있다"면서 "물과 연료·전력·통신 등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들의 공급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최초 재해보다 더 많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2차 재해가 발생할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강진의 진앙에 위치한 튀르키예 동남부 도시 카라만마라슈에선 전체 건물의 약 40%가 파손됐다. 튀르키예 당국은 자국 내 건물 6천500채가 붕괴했고, 손상된 건물의 수는 셀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시리아 주민 중 일부는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지대에 있는 시리아 난민 캠프로 향하기도 했다.


    데이르 발루트 지역 난민 캠프에서 외신 기자들을 만난 시리아 여성 두아 가드반(21)은 휴대전화기 속 아기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 연신 입을 맞췄다.


    그는 붕괴한 건물에 묻혔다가 수 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남편과 아기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발견 당시 남편은 생후 40일 된 아기를 꼭 끌어안은 채 숨이 멎어 있었다.


    추위에도 맨발을 드러낸 가드반은 "그들은 함께 매장됐다. 남편은 그(아기)를 결코 품에서 놓지 않았다"면서 "난 아직도 내가 잔해 밖에 나와 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여전히 잔해 아래 갇혀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시리아 난민 캠프는 천막촌인 까닭에 강력한 진동에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서, 가드반처럼 머물 곳이 없거나 여진이 두려운 주민 상당수가 난민 캠프로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그런 이들 중 한 명인 가야스 자르주르는 "작은 방에 30명이 난방이나 담요조차 없이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내전으로 이미 한 차례 터전을 잃고 잔다리스로 이주했다가 이번 지진으로 또다시 집을 잃었다는 그는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유랑자 신세가 돼왔다. 오늘도 역사가 반복됐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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